출처#1. http://weekly.chosun.com/client/news/viw.asp?nNewsNumb=002690100016&ctcd=C07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Foreign Affairs)’는 지난 12월 16일 ‘워싱턴은 중국과 잘못된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Washington is preparing for the wrong war with China)’란 제목의 글을 실었다.
대만해협 갈등으로 촉발되는 미·중(美中) 전쟁의 가능성과 전개 양상을 분석·예측한 글이다.
‘갈등은 길고 지저분할 것(long and messy)’이란 부제가 붙어 있다.
중국의 군사 교리는 적을 일격에 무력화하는 합동작전을 강조한다.
이에 따라 베이징은 대만의 방어시설뿐만 아니라 서태평양의 대규모 미 해군과 공군기지에 기습적인 미사일 공격을 퍼부을 것이다.
이와 동시에 중국은 사이버공격과 위성파괴 작전으로 미국과 대만에 혼란을 야기하고 효과적인 대응을 방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어 중국 인민해방군은 상륙작전과 공습을 통해 대만의 저항을 압도함으로써 ‘기회의 창’을 통과하려고 할 것이다. 미국이 싸울 준비가 되었을 때쯤이면, 전쟁은 사실상 끝나 있을 것이란 예측이다.
미국은 당연히 이러한 시나리오를 예방하기 위한 준비에 중점을 두고 있다.
아시아에서 미군을 증강하고 주둔지를 분산하는 것이 첫째다.
다음으로 미국은 대만이 중국의 공격부대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는 비대칭 능력을 배치하고, 중국의 상륙함정을 침몰시키는 능력을 개발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이 계획은 며칠은 아니더라도 초기 몇 주의 전투가 자유 대만의 생존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가정에 기반을 두고 있다.
미국은 전쟁이 유리하게 전개되지 않더라도 계속 싸울 것이다.
왜냐하면 대만을 둘러싼 전쟁을 지역 패권을 위한 싸움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 전쟁이 미군 기지에 대한 중국의 ‘진주만식(式) 미사일 공격(Pearl Harbor-style missile attack)’으로 시작된다면, 분노한 미국 국민과 지도자들은 패배를 받아들이기 더욱 어렵게 된다.
설사 미군이 중국군의 대만 점령을 저지하는 데 실패하더라도 쉽게 굴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전쟁 초기 미국에 의해 대만 점령에 실패하더라도 중국은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중국이 대만을 상대로 전쟁을 시작하는 것은 ‘생존을 건 도박(existential gamble)’이기 때문이다.
패배를 인정하는 것은 곧 공산당 통치체제의 정당성과 시진핑 주석의 권력을 위험에 빠뜨린다.
이는 중국의 지역 패권의 꿈을 파괴할 뿐만 아니라 시진핑이 제시한 국가 목표인 ‘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흥’이라는 ‘중국의 꿈(中國夢)’ 실현도 좌절시킬 것으로 필자는 판단한다.
중국이 미국에 대항해 전쟁을 계속하는 것도 끔찍한 전망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패배한 상태에서 전쟁을 그만두는 것은 더욱 견딜 수 없다.
게다가 두 강대국은 전쟁을 지속할 능력과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은 다른 전역(戰域)에서 선박과 항공기와 잠수함을 동원하여, 일본에서 대만을 거쳐 필리핀으로 이어지는 제1도련(島鏈·island chain) 너머에서 중국군에 지속적인 공격을 가할 수 있다.
중국 역시 살아남은 공군, 해군, 미사일 부대를 동원해 대만에 대한 2차, 3차 공격을 가하고 해안경비대와 민간 어선까지 전쟁에 투입할 수 있다.
그리하여 미·중 모두 초기 충돌에서 피투성이가 되겠지만, 지치지 않고 ‘길고 추한 전쟁’의 가능성을 높이게 된다는 것이다.
ㅇ 로이터통신의 대만 전쟁 6단계 시나리오
‘포린어페어스’의 분석은 지난 11월 로이터통신이 발표한 ‘대만 전쟁 6단계 시나리오(T-Day: The Battle for Taiwan)’와 겹쳐보면 흥미롭다.
1단계는 중국의 마쭈섬(馬祖島·마조도) 봉쇄이다.
마쭈섬은 대만 주민 1만3500명이 사는 열도로, 대만에서 170㎞ 떨어진 반면 중국 푸젠(福建)성 해안에서는 9㎞ 거리에 있다. 대륙에 붙어 있어 중국이 마음만 먹으면 쉽게 점령할 수 있는 위치이다.
로이터통신은 중국의 지속적인 압박에도 대만 정부가 청년 세대의 여론에 힘입어 독립노선을 강화할 경우 시진핑과 중국 군사 지도자들은 1단계로 군사력을 동원해 마쭈섬으로 가는 모든 선박과 항공편을 차단, 대만 정부를 압박할 것으로 예측했다.
2단계는 중국의 진먼섬(金門島·금문도) 침공이다.
진먼섬 역시 중국 푸젠성 샤먼(廈門)에 인접한 섬으로 거주민은 14만명이다.
이 섬은 과거 양안(兩岸) 간 포격전의 무대가 되었다.
세계은행 부총재를 지낸 중국 베이징대 린이푸(林毅夫) 중국경제연구센터장은 대만에서 태어나 군 장교로 근무하다 진먼섬에서 헤엄쳐 중국으로 망명했다.
이 섬과 중국 땅은 그만큼 가깝다. 2000년대 초반 필자 역시 진먼섬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바다 건너 샤먼의 산과 건물들이 한눈에 들어왔던 기억이 있다.
로이터는 중국의 마쭈섬 봉쇄에도 불구하고 대만이 중국과의 통일 협상을 거부할 경우 중국군은 기습적으로 대포와 미사일을 퍼부어 진먼섬을 점령할 것으로 예측했다.
3단계는 중국의 대만 본섬에 대한 비행기·선박 출입과 수출입 통제이다.
이 단계에서 대만은 여전히 통일 협상을 거부하고 미국의 F-16 전투기와 장거리 대함 미사일 등 첨단 무기를 도입한다. 또 일본은 동중국해 부근 다도해에 육상·해상자위대를 파견해 대규모 상륙 훈련을 벌인다.
이에 중국은 새로운 방공식별구역(ADIZ)을 설정해 대만으로 향하는 모든 항공기를 통제하고 선박의 출입도 제한하여 최소한의 식량과 에너지만 통과시킨다. 대만은 생필품 부족, 특히 에너지난에 시달린다.
4단계는 중국의 대만 전면 봉쇄이다.
통일 회담을 거부하는 대만을 향해 중국은 모든 선박의 출입을 봉쇄, 중동에서 들어오는 유조선마저 중국 항구로 돌린다. 중국이 설정한 ADIZ를 침범하는 항공기의 승객이나 화물은 인민해방군의 표적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해상의 대만 군함은 항복을 강요받고, 항복을 거부하는 전함은 중국의 공격으로 침몰한다.
미국과 일본, 호주는 괌 등에서 폭격기를 출동시켜 중국 봉쇄망 격파를 시도하지만 실패한다.
이에 중국은 일본에 있는 미군 기지에 대한 공격을 시작한다.
5단계는 중국 공군과 미사일 부대의 대만 공격이다.
중국은 사전경고 없이 대만의 핵심 시설에 대규모 공격을 감행한다. 공항, 항구, 레이더시설, 통신시설, 군 지휘부, 미사일기지, 해군기지와 군함, 통신 네트워크, 발전소와 전력 배송시설, 정부 건물, 라디오와 TV 방송국 등이 공격 목표이다. 대만은 지하사령부에서 정규군을 지휘, 전면 침공에 대비한다.
대만 전투기는 산악지대의 격납고에서 발진하여 중국 공군기에 반격을 가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대공 방어시스템은 은폐된 기지로부터 미사일을 발사, 중국 인민해방군의 공군기를 공격한다.
이 단계에서 미국과 동맹들은 대만 방어를 위한 군사력 배치를 시작할 것으로 로이터는 예측했다.
6단계는 중국의 전면 공격이다.
시진핑과 군 지휘부는 미국의 아시아 군사력 증강과 대만의 방어력 강화로 인해 ‘기회의 창’이 좁아지고 자신들에게 남은 시간이 바닥나고 있다고 판단한다.
이에 중국은 미국과 동맹들이 대응하기 전에 상륙작전과 공중낙하를 결합한 대대적 공격을 감행해 대만을 제압하려 한다. 중국은 대만의 군사시설에 대규모 공습과 미사일 공격을 퍼붓는 동시에 일본과 괌의 미군기지에도 미사일 공격을 단행해 미군의 지원을 차단한다.
이어 중국은 공중침투 특수부대를 보내 대만의 정치·군사 지도자 체포에 나선다.
대만은 지하 군사기지에서 반격을 가하고 미국과 일본, 호주는 중국 인민해방군에 공격을 가한다.
미국과 일본의 잠수함은 대만해협에서 중국의 병력 수송선과 전함을 공격한다.
미국의 스텔스기는 인민해방군 수송선과 항공모함에 미사일 공격을 퍼붓는다.
수 시간 내에 전쟁은 동아시아 전체에서 격렬해진다.
출처#2.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38502
‘겨울이 오고 있다(Winter Is Coming).’ 인기 소설이자 미국 드라마인 ‘왕좌의 게임(Game of Thrones)’에 나오는 문구다. 2022년 한국의 안보 상황에도 겨울이 성큼 다가올 수 있다.
◆대만 사태=‘투키디데스의 함정’이란 개념으로 미·중 신냉전을 예견한 국제정치학자 그레이엄 앨리슨은 일찍이 대만을 일촉즉발의 화약고로 지목했다.
대만 사태에 대해선
▶중국의 대만 본토 침공
▶진먼다오(金門島)·둥사(東沙) 군도 등에 대한 국지전 등 두 가지 시나리오가 주로 언급된다.
먼저 미군의 작전계획상 대만에 유사사태가 발생하면 주일미군과 괌 주둔 미군이 나서지만 최근엔 주한미군 차출이 당연시되는 분위기다. 오산 공군기지에서 대만까지 거리는 약 1600㎞로, 항공기로 2시간이면 닿는다.
사태가 급박해지면 공군력 지원에만 머물지 않을 공산이 있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은 “최악의 경우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잘 훈련된 주한미육군(2사단)이 관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선례도 있다.
지난 2004년 이라크전 때 주한 미2사단 보병여단은 중동으로 파병됐다. 이와 관련, 로버트 에이브럼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지난 연말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한·미가 새 작전계획에 중국 대응 방안을 담아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초대형 수송기 C-17 글로브 마스터Ⅲ는 병력(최대 134명)뿐 아니라 주한미군의 M1 에이브럼스 전차, 아파치 공격헬기 등 대형 장비를 실어나를 수 있다. 한ㆍ미 공군은 지난해 5월 오키나와에서 화물을 실은 C-17을 대구기지까지 이동하는 유사시 지원작전 훈련을 갖기도 했다. 해마다 비슷한 훈련을 하지만 C-17이 투입되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미 공군은 전 세계에서 220여대의 C-17을 운용 중이다. 한·미 연합작전에 밝은 군 소식통은 “과거 대규모 한·미연합훈련은 미 본토 등의 증원 전력 투입을 시현하는 장이었을 만큼 미군은 공수 능력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며 “대만 사태가 본격화하면 언제라도 지상군을 투입할 준비가 돼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더 우려스러운 상황은 한국군 지원 요청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대만 사태가 차기 정부에 “시험대가 아니라 단두대가 될 수 있다”는 엄중한 경고가 나오는 이유다.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따르면 한·미동맹은 명시적으로 북한뿐 아니라 지역 정세 불안정과 위협에 대응하게 돼 있다.
군 고위관계자는 “동맹의 본질은 위기 상황 발생 시 상호 원조”라면서 “지난 수십년간 북한을 가정한 한·미 연합 상륙훈련은 검증된 능력이어서 미국은 유사시 이런 능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길 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이 대만 사태를 틈타 도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연구센터장은 “김정은 국무위원장 입장에선 중국의 지원 없이 군사작전을 감행하긴 힘들 것”이라면서도 “상대가 어떻게 나오는지 보기 위해 무력 도발을 하는 최악의 상황까지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의 전술핵 위협=북한은 핵 무력을 미국의 위협으로부터 북한을 지키는 무기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사정이 달라졌다. 지난해 1월 김 위원장은 노동당 제8차 대회 사업총화 보고에서 “핵기술을 더욱 고도화해, 소형·경량화, 전술무기화를 발전시켜야 한다”며 “핵 선제 및 보복 타격 능력을 고도화할 데 대한 목표가 제시됐다”고 말했다.
그동안 북한은 핵 선제타격을 여러 차례 언급했지만, 실행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평가가 우세했다.
미국에 핵전쟁을 먼저 건다면 곧 북한 정권의 패망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술핵은 셈법이 전혀 다르다. 북한은 핵이 없는 한국과 일본을 전술핵으로 공격할 수 있다.
함형필 외교부 국방협력관은 ‘북한의 핵전략 변화 고찰: 전술핵 개발의 전략적 함의’에서 “북한이 전술핵능력을 추구하고 있다면 이는 한반도 안보지형에 대한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전술핵은 적의 목표물을 직접 타격하는 핵무기다. 전략핵보다 사거리가 짧고 위력이 약한 핵무기로 본다.
전술핵은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순항미사일은 물론 곡사포로도 쏠 수 있다.
북한은 전술핵을 다양하게 쓸 수 있다. 아산정책연구원과 랜드연구소가 지난해 4월 발표한 시나리오 가운데 일부 전술핵 카드에 들어맞는 게 있다.
우선 핵무기로 협박해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를 강요할 수 있다. 또 서해 5도 중 한 곳을 점령한 뒤 한국이 탈환하려 할 경우 핵무기로 이를 단념토록 할 수 있다.
서울을 핵 인질로 삼고 주요 도시에 대한 핵 공격을 벌여 주한미군을 철수하도록 만드는 방법도 있다.
전면전에서 군사·정치적 목표물을 핵 타격한 뒤 한국의 항복을 받아내거나 핵 사용을 확대하겠다고 위협해 한·미의 반격을 막을 수 있다.
또 다른 익명의 정부 소식통은 “재래식 전력의 핵억제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방종관 한국국방연구원(KIDA) 객원연구원은 “결국 미국의 확장억제(핵우산) 신뢰성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출처#3. https://n.news.naver.com/article/262/0000015035
지난 3월, 필립 데이비슨 당시 미국 인도태평양 사령관은 미 상원 청문회에서 이렇게 발언했다. 두 달 뒤 영국경제지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장소는 대만”이라고 적시하면서 양안(兩岸) 간 전쟁 발발 가능성을 언급했다.
양안은 대만해협 서안(西岸·중국 대륙)과 동안(東岸·대만)을 일컫는 말이다. ‘양안 간 전쟁’은 곧 중국의 대만 침공을 의미한다. 최근 홍콩의 한 군사전문가는 “중국이 인민해방군 건군(建軍) 100주년을 맞는 2027년 대만 침공을 준비하고 있다”는 구체적인 예측까지 내놨다.
시진핑 중국 주석은 집권 이후 줄곧 “대만 통일은 역사적인 과업”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대만 무력 침공 등 전쟁 가능성을 직접 언급한 적은 없다. 10월 9일 열린 신해혁명 110주년 기념식에서도 시진핑은 ‘평화통일’ 의지를 밝히며 ‘일국양제’(一國兩制·통일 이후 일정 기간 대만의 현 정치체제를 유지한다), ‘92공식’(92共識·중국과 대만은 ‘하나의 중국’이라는 원칙을 견지하되, 하나의 중국을 대표하는 정부가 어딘지는 각자의 해석에 맡긴다는 양안의 공통 인식) 등 기존 원칙을 반복해 천명했다.
반면 바로 다음 날 대만에서 열린 ‘쌍십절(雙十節)’ 행사에서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다른 모습을 보였다. 통일을 강조한 시진핑에게 응답하듯 ‘주권 확보’와 ‘국토 수호’를 강조한 것이다. 차이잉원의 경축사에 대해 중국은 “대만이 독립을 모색하는 것은 죽음의 길” “모든 조치를 다해 대만 독립 추구를 분쇄할 것”이라는 등 강경 발언으로 대응했다.
중국이 대만을 향해 군사력을 사용하려면 명분이 필요하다. ‘대만의 독립 추구’는 그 도화선이 될 수 있다. 차이잉원 총통은 대만 독립주의자이며 2016년 집권 이후 줄곧 대만의 탈(脫)중국화 속도를 높여왔다.
트럼프가 대만 독립을 지지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을 계기로 중국은 대만에 대한 군사적 위협을 시작했다. 2016년 12월 말 중국 전투기가 대만 영공을 비행했다. 중국 항공모함인 랴오닝함이 대만 동부 해역을 항해하기도 했다. 대만은 곧바로 미사일 발사 훈련을 실시했고, 오바마 행정부 당시 중국 반발을 우려해 유보했던 F-16 전투기 구입을 다시 추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9년 대만에 대해 약 13억 달러(약 1조533억 원) 규모의 무기 판매를 승인했다.
2020년 대만 총통선거에서 차이잉원이 재선에 성공한 뒤 탈중국 기조를 이어나가자 중국은 군사 도발 강도를 높였다.
올 초부터 11월 사이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을 침범한 중국 군용기는 700대가 넘는다.
세계 각국 군사전문가들이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을 거론하는 데는 이런 배경이 있다.
중국의 대만 침공설이 나온 게 하루이틀 일은 아니다. 그 시작은 19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리덩후이 당시 대만 총통은 모교인 미국 코넬대를 방문한 자리에서 대만 독립 가능성을 언급했다.
1992년 ‘92공식’ 수립으로 양안관계가 안정기에 접어들었다고 믿고 있던 중국은 리덩후이의 발언에 분노했다.
즉각 대만해협에 미사일을 쏘며 “대만이 독립을 시도하면 무력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의지를 천명했다. 이후 리덩후이 총통은 대만 독립에 대한 구체적 언급을 삼가다 1999년 대만과 중국은 별개의 나라라는 ‘양국론(兩國論)’을 제시했다.
2000년 집권한 천수이볜 총통은 더 급진적이었다. 천수이볜이 소속된 민주진보당(민진당)은 대만 민주화를 이끈 정당으로, 대만 독립 또한 강조했다. 천수이볜은 재임 기간인 2000년부터 2008년까지 지속적으로 탈중국화 정책을 폈다.
독립국가로서 대만의 위상을 확보하고자 노력했고, 이는 개헌과 유엔 가입 추진으로 이어졌다.
중국은 이에 맞서 2005년 ‘반분열국가법’을 제정한다.
대만이 독립을 선언할 경우 인민해방군을 동원할 수 있는 제도적 절차를 마련한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대만은 중국의 경제와 군사력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
특히 대만 반도체 산업의 기술이전이 중국군의 첨단무기 개발로 이어진 건 널리 알려진 일이다.
중국이 보유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유인 우주선, 우주정거장, 레이저 무기, 위성요격무기 같은 첨단기술은 대만의 도움이 없었다면 현실화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이 장비는 도리어 대만을 겨누는 칼이 되고 있다.
현실주의 국제정치의 대가로 꼽히는 존 미어샤이머 미국 시카고대 교수는 “한 국가의 군사력이 증가하면, 그 나라는 자기 힘을 시험해 보고 싶어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이번 양안 갈등이 한국에 주는 시사점은 무엇인가. 일찍이 미어샤이머 교수는 “중국은 힘이 커질수록 안보력 극대화를 위해 아시아 지역을 압도하는 질서를 추구할 것이다. 이 계획을 달성하는 데 방해가 되는 미국을 아시아에서 철수시키기 위해 공격적 자세를 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참고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20101/111041372/1 )
과거 중국은 ‘자신을 숨기고 실력을 기른다’는 도광양회(韜光養晦)를 대외 전략의 원칙으로 삼았다.
그러나 2004년부터는 ‘필요한 곳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유소작위(有所作爲) 전략을 추구했다.
현재의 중국은 ‘하지 못하는 일이 없다’는 무소불위(無所不爲) 단계로까지 진전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 상황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중국이 대국으로 성장하는 순간 미국과의 패권경쟁이 심화할 것이고, 이는 한국을 비롯한 주변 국가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중국이 보여준 ‘동북공정’을 비롯한 역사 왜곡 시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를 둘러싼 태도, 한국 기업에 대한 비상식적인 제재 등은 과연 우리가 중국을 신뢰해도 될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갖게 한다.
중국의 군용기가 대만 ADIZ(방공식별구역)을 넘어갈 때 한국 ADIZ 또한 여러 차례 침범한 사실도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현재 한국은 양안 갈등을 관망하며 미·중 간 힘겨루기에서 균형을 잡으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는 중국과의 지리적인 인접성, 문화적인 친밀성을 강조한다.
한·중 교역을 통한 경제적인 이익 등 ‘달콤한 열매’를 놓치고 싶어 하지 않는 모습이다.
중국이 북한에 가진 영향력 때문에 여타 국가보다는 더욱 복잡한 계산이 필요한 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이 대만을 군사적으로 공격해 함락시킨다면 이는 한국에도 국가 생존을 좌우하는 심각한 안보 위협이 될 수 있다. 이에 대한 현명한 외교적 대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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